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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양궁 대표팀의 기량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72발을 쏘는 랭킹 라운드에선 8종목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강채영(22·경희대)과 오진혁(37·현대제철)은 혼성전 세계기록까지 세웠고, 리커브 여자 개인전에선 우리 선수가 1~3위를 휩쓸었다.  

 

그러나 금메달은 만만치 않다. 양궁은 아시아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양궁은 아시안게임 수준이 올림픽과 별 차이가 없는 거의 유일한 종목이다. 그런 아시안게임에서 금 4개를 딴 한국의 성적은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또한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 독식을 막기 위한 장치들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양궁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올림픽 보다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대회 경기방식 변화로 한국의 독주는 어려워졌다. 2010년 개인전, 2016년 단체전부터 세트제가 도입되면서 단 세 발로 세트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변수가 많아졌다. 대한양궁협회는 대회 방식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선발전에서 싱글라운드, 리그전, 토너먼트, 기록은 물론 슛오프(동점시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제도)까지 채점했다.

 

심리적인 요소가 점점 커짐에 따라 멘탈 트레이닝을 받고, 관중이 많은 야구장에서 모의경기를 하는 등 훈련방식도 다각화했다. 그럼에도 경쟁국과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한국인 지도자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훈련법이나 경기 운영을 다른 나라 선수들도 익혔다.

 

‘당연히 금메달’이란 압박감도 선수들에게 무게로 다가온다. 최종선발전에서 탈락해 이번 대회 해설위원으로 나선 기보배(30)는 “항상 눈높이가 금메달이기 때문에 양궁 선수들이 갖는 부담은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남자 컴파운드 대표팀 최고참 최용희(34·현대제철)는 “아시아 선수들의 기량이 평준화됐다. 지금보다 더 강한 정신 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은 이날 베스트 멤버를 선발로 내보냈다. 초반부터 총력을 다해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계산이었다.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황의조·이승우·황희찬 등이 공격의 선봉에 섰다. 이들 4명이 한꺼번에 선발로 출전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승우는 이날 경기 초반부터 펄펄 날았다. 빠른 발을 이용해 여러차례 베트남 진영을 흔들었고, 정확한 왼발 킥으로 선취골을 뽑아냈다. 후반 10분에는 상대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침착하게 밀어넣어 추가골을 뽑아냈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덕분에 얻어낸 값진 골이었다. 그는 이번 대회 내내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해냈다.동료들 사이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면서 선·후배들을 독려했다.

 

조별리그 경기에선 감기 몸살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이승우는 이란과의 16강전부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승우는 경기가 끝난 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미리 약속한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 양 팀 모두 최선을 다한 승부였다. 승장도, 패장도 없었다. 베트남 대표팀 박항서(59) 감독은 비록 승부에선 졌지만, 김학범(58) 한국대표팀 감독에게 악수를 청하며 한국의 승리를 축하했다.

 

29일 한국과 베트남의 4강전이 열린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 경기 시작에 앞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박항서 감독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그려진 베트남 국기 위에 대고 태극기를 향해 서서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그 순간 조국과 맞서 싸워야 하는 박항서 감독의 심정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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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지만, 지금은 베트남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그의 출사표였다. 애국가가 끝나자 박 감독은 김학범 한국 대표팀 감독과 포옹을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날 경기는 베트남 현지 시간으로는 오후 4시에 킥오프됐다. 대부분의 베트남 기업과 공장들이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1~2시간 단축 근무를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가 광화문을 붉게 물들였던 것처럼 베트남 국민은 길거리로 쏟아져나와 단체응원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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